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소중한 농업 유전자원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량 농업 유전자원의 체계적인 보존은 미래 세대의 식량 안보를 보장하는 필수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팜한농과 미생물생태자원연구소가 손을 잡은 소식은 이러한 유전자원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례입니다.
팜한농-미생물생태자원연구소, 유전자원 활용 협력 체결
국내 대표 작물보호제 기업 팜한농과 국립생물자원관 산하 미생물생태자원연구소가 농업 유전자원을 활용한 작물보호제 개발을 위해 협력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4월 9일 개최된 협약식에는 양 기관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농업 분야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협력의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친환경 작물보호제 개발의 새로운 장
이번 협력을 통해 두 기관은 국내 토착 미생물 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작물보호제 개발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팜한농의 작물보호제 개발 노하우와 미생물생태자원연구소의 유전자원 관련 전문성이 결합하여 다음과 같은 효과가 기대됩니다:
- 국내 고유 미생물 자원의 실용적 활용 확대
- 화학 농약 대체 가능한 친환경 작물보호제 개발 가속화
- 농작물 병해충에 대한 새로운 방제 솔루션 제공
- 국내 유전자원의 가치 증대 및 국제 경쟁력 강화
유전적 침식, 세계 식량안보의 위기
지구상의 농업 유전자원이 급속도로 감소하는 ‘유전적 침식’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도시화, 산업 개발, 그리고 소수의 상업적 품종 위주 재배 경향은 수천 년간 축적된 유전적 다양성을 빠르게 소멸시키고 있습니다.
유전적 침식(Genetic Erosion): 생물 다양성, 특히 농업 분야에서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단일 작물 재배, 상업적 품종 위주의 농업, 자연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인해 전통 품종과 야생 근연종이 사라지면서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드는 과정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작물의 환경 적응력과 병해충 저항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충격적인 유전자원 감소 통계
유전적 침식의 심각성은 여러 통계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세기 동안 농업 유전자원의 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국가/지역 | 작물 | 과거 비율 | 현재 비율 |
---|---|---|---|
그리스 | 재래 밀 품종 | 80% | 10% 이하 |
인도 | 벼 품종 | 다양한 지역 품종 | 소수 개량 품종 75% |
중국 | 밀 품종 | 1950년 10,000여 품종 | 현재 1,000여 품종 |
미국 | 채소 품종 | 1900년대 초 7,000여 품종 | 현재 보존 품종 30% 이하 |
이러한 유전자원 감소는 기후변화, 신종 병해충 출현, 식량 위기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인류의 능력을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작물 개량과 새로운 품종 개발에 필요한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면서, 미래 식량 안보는 더욱 위협받고 있습니다.
유전자원, 40억 년의 생명 진화 역사
식량 농업 유전자원은 식량과 농업에 현재 또는 잠재적으로 가치가 있는 모든 유전 물질을 포함합니다. 이는 약 40억 년에 걸친 생명체 진화의 결과물로, 인류의 가장 소중한 자산 중 하나입니다. 식물, 동물, 미생물 등 모든 생물의 유전적 다양성은 현재와 미래의 식량 생산을 위한 필수 자원입니다.
한번 사라진 유전자원은 영원히 복구할 수 없습니다. 유전자원 손실은 미래 식량 안보와 농업 지속가능성에 돌이킬 수 없는 위협이 됩니다. 기후변화, 병해충 발생, 환경 오염 등 새로운 농업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면, 작물 생산성과 안정성이 크게 저하될 수 있습니다. 한 번 잃어버린 유전자원은 어떤 첨단 기술로도 복원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농업유전자원 보존의 법적 기반과 국제 협력
농업유전자원의 체계적인 보존은 국내외 법적 기반을 통해 추진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농업생명자원법 제13조에 근거하여 국립농업과학원과 한국수목원관리원이 협력하여 유전자원 보존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나고야의정서와 유전자원 이익 공유
국제적으로는 ‘생물다양성협약 부속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가 유전자원 보존과 활용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이 의정서는 유전자원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나고야의정서(Nagoya Protocol):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된 국제 협약으로, 정식 명칭은 ‘생물다양성협약 부속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입니다. 유전자원 제공국과 이용국 간의 공정한 이익 공유를 규정하며, 유전자원의 접근, 이용, 이익 공유에 관한 투명한 법적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촉진합니다. 2014년 발효되어 현재 130여 개국이 가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7년 나고야의정서에 가입하고, 2018년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유전자원법)’을 시행하여 국제 협약을 국내법으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유전자원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 그리고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유전자원 4중 안전 보존 시스템
농업유전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중복 보존이 필수적입니다. 한 장소에만 유전자원을 보존할 경우, 화재,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나 시설 고장, 인위적 실수 등으로 인해 소중한 유전자원이 영원히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촌진흥청의 4중 중복 보존 전략
농촌진흥청은 농업유전자원의 안전한 보존을 위해 총 4곳에 중복 보존하는 4중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 농업유전자원센터(전주): 주 보존 기관으로, 활성 수집과 특성평가 수행
- 농업유전자원센터 분원(수원): 1차 중복 보존
- 백두대간글로벌시드볼트(봉화): 국내 중복 보존 시설
- 스발바르 글로벌 시드볼트(노르웨이): 국제 중복 보존 시설
백두대간글로벌시드볼트, 경북 봉화의 씨앗 금고
2015년 개관한 백두대간글로벌시드볼트는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백두대간 지역에 위치한 국내 최대 종자 보존 시설입니다. 이 시설은 약 200만 자원의 종자를 보존할 수 있는 규모로, 화재,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에도 안전하게 종자를 보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구분 | 2023년 현황 | 비고 |
---|---|---|
총 보유 현황 | 403작물 14만 자원 | 중복 보존 농업유전자원 |
국가등록 농업유전자원 | 210작물 4만 자원 | 농업유전자원센터 관리 유전자원 |
한국 고유 자원 | 1만 3,438자원 | 국내 토착 유전자원 |
주요 작물 자원 | 벼, 밀, 보리, 콩 등 | 주요 식량작물 중심 |
백두대간글로벌시드볼트는 농촌진흥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농업유전자원센터와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중복 보존 대상 유전자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의 유전자원 보존 노력과 성과
농촌진흥청은 국내 농업유전자원의 체계적인 보존과 활용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중복 보존 시스템 구축과 함께 유전자원의 가치 평가와 활용 촉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복 보존 목표 초과 달성
농촌진흥청은 2022년 당초 목표했던 18.7천 자원을 훨씬 초과한 10만 자원의 중복 보존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농업유전자원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보존 정책을 시행한 결과입니다. 2023년에는 추가로 국가등록 농업유전자원 210작물 4만 자원을 중복 보존할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공식 인정받은 국내 대표 농업유전자원 보존 기관입니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유전자원 수집 및 보존: 국내외 농업유전자원의 체계적 수집과 안전 보존
- 특성 평가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유전자원의 형태적, 농업적, 이용적 특성 평가 및 DB 구축
- 유전자원 분양 및 활용 촉진: 연구기관, 기업, 농가 등에 유전자원 분양 및
이용 지원 - 국제 협력 강화: FAO, ITPGRFA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한 글로벌 농업유전자원 보존 노력 동참
미래 식량 안보를 위한 투자, 유전자원 보존
식량 농업 유전자원 보존은 단순한 학술적 활동이 아닌 미래 세대의 식량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입니다. 팜한농과 미생물생태자원연구소의 협력, 농촌진흥청의 체계적인 보존 정책, 백두대간글로벌시드볼트의 안전한 보존 인프라는 모두 이러한 미래 투자의 일환입니다.
기후변화, 인구 증가, 도시화 등으로 인한 농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유전자원은 미래 식량 생산의 핵심 자원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병해충, 환경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 영양 가치가 높은 작물 육종 등 미래 농업의 많은 과제는 다양한 유전자원의 보존과 활용에 달려 있습니다.
유전자원 보존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가치를 수치화할 수 없는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입니다. 40억 년의 생명 진화 역사가 담긴 유전자원을 보존하고 지속가능하게 활용하는 것은 현 세대의 책임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약속입니다.
식량 안보(Food Security): 모든 사람이 언제나 활동적이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충분하고 안전하며 영양가 있는 식품에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유전자원의 다양성은 기후변화, 병해충 발생 등 다양한 위험에도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장기적인 식량 안보를 위한 필수 자원입니다.